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찾아왔어요. 준비없이 얼결에 새해를 맞은 마음은 여전히 지난해에 머물러있어요. 조금 지쳤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스스로에게 말해요. 흔들리고만 있는게 아니라고. 사실은 버티는 동안 작게라도 빛나고 있다고. 여기, 여전히 흔들리고 있지만 빛나고 있는 나에게.
'대부분 사람은 기운으로 사는 게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기주 작가의 <한때 소중했던 것들> 중 사실 내가 힘겨운 순간과 마주하고 있을 때, 기운 내. 혹은 힘 좀 내. 라는 말은 전혀 힘이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조용히 다가와 내게 좋아하는 젤리를 건네는 손에 웃음이 났던 것 같아요. 여기, 나를 순간 미소짓게 하는 꽃.
아무도 깨지 않은 크리스마스의 아침, 거실의 찬 공기 속에 홀로 반짝이는 트리 밑에 놓여진 선물. 촌스러운 포장을 뜯던 작은 손과 선물을 꼬옥 안고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를 보았던 시절. 어른이 되어 많은 것에 무뎌졌지만, 가끔은 그 시절이 애틋해요. 여기, 산타를 믿었던 나에게.